2007/05/21 14:09 | daysanddays

오늘 아침에도 지각을 했다. 벌써 세 번째다.
워낙에 아침잠이 많아서 그렇다고,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한 번 더 되뇌여보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내 사정일 뿐이다. 내 수업도 아니고, 조교로 들어가는 수업에 벌써 세 번이나 지각을 했으니 선생님께서 얼마나 마뜩찮게 생각하실지, 내색을 안하시는 분이라 더 괴롭다. 다시는 지각 안한다고 마음을 먹고, 먹고, 또 먹었는데, 그리고 나서 또 바로 지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오늘 아침에는 정말로 좀 타격이 커서 한참을 멍한 채 방 안에서 울고 불고 쌩쇼를 했다. 정말 옷만 대충 걸쳐입고 뛰어나와 다행히 십 분이 채 지나기 전에 강의실에 당도할 수 있었지만, 이미 황폐해진 내 마음은 도무지 제자리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대체 왜 이 모양일까.
이런 내 모습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으로 오늘 아침은 무척 화창했다.
따사로운 햇살과 그 사이사이를 가르는 산뜻한 봄바람에 나는 한 주를 무척 기분 좋게 시작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키친에서 여유롭게 아메리카노를 한 잔 사서, 봄을 즐기며 등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이 번 한주를 어떻게 더 알차게 채울 수 있을까, 오늘 하루는 또 얼마나 즐겁게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잠시 즐거운 상상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모든 기대와는 상관없이 나는 오늘 아침 그야말로 최악이었고, 그래서 나는 지금도 너무 우울하다.
Trackbacks | http://purpleocean.byus.net/blog/trackback/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