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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1
2007/07
2007/07/08 22:00  |  daysanddays

며칠 집에 내려가 쉬다 왔다. 쉼 이라는 것, 내일이 없는 오늘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오랜만이었는지 집에 갈 때면 느껴지는 은근한 부담스러움조차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오랜만의 귀가였다. 그렇게 며칠을 쉬다 오늘 낮에 서울에 돌아왔다. 지리한 장마 기운에 마르지 않았던 빨래를 새로하고, 집에서 챙겨온 이런저런 물건들을 정리하고, 그리고 대충 끼니를 때우고, 그러고 나니 벌써 해는 저물어 있었다. 집에서 며칠 쉬다 서울에 돌아오면 항상 알 수 없는 의욕에 충만할 수 있었는데, 저문 해를 보면서 그 어떤 의욕도 느끼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괜히 내 삶의 많은 부분을 강탈해버린 선생님을 원망해 본다. 괜히 갑작스레 미국으로 떠나버린 김준도 원망해 본다. 그리고 또 괜히 유약한 내 자신을 원망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적막하고, 어떤 의욕도 느끼지 못한 채 나는 널부러져 있다. 어차피 내일이면 또 바빠질텐데, 느긋한 소리 하고 있다.
 

2007/07/03 00:37  |  daysanddays

한 학기가 끝났다. 더불어 나의 '새내기'도 끝났다. 전혀 '새내기'로 보아주지 않았던 선생님과 선배들 덕분에 학기 내내 한 번도 온전한 새내기로서 불려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내게 이번 학기는 새내기라 조금은 신나고, 또 설레는 그런 학기였다. 학기가 끝나면서, 항상 그랬듯이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잘 산 걸까, 열심히 한 걸까, 그래도 조금은 성장했을까, 풀리지 않는 질문들에 한동안 마음앓이를 한다. 어제 논산가는 기차 안에서 민영이와 했던 많은 말들 중에는, 대학원에 진학한 뒤 겪어야 했던 여러 종류의 마음앓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앓이들 중에는, 내가 과연 공부를 하기에 훌륭한 사람인가, 라는 가장 어려운 질문도 있었다. 모르겠다. 맹렬하게 달려와 테입을 끊고 난뒤 오는 공허함은 사고의 마비를 가져온다. 관중의 박수가, 또는 침묵이 들리기까지는 얼마간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방학은 다시 사고를 재생시켜 지나온 학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는 얼마쯤의 의무감도 있고, 그보다 훨씬 큰 그리움이 있다. 너무 힘든 한 학기를 보낸 탓인지 부모님과 집의 안온함이 아주 많이 그립다. 예정되어 있었던 부안행 여행이 잠정적으로 취소되면서, 그 시간을 이용해 얼른 집에 다녀와야겠다. 그리고 나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뜨거운 여름을 만끽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