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08 22:00 | daysanddays
며칠 집에 내려가 쉬다 왔다. 쉼 이라는 것, 내일이 없는 오늘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오랜만이었는지 집에 갈 때면 느껴지는 은근한 부담스러움조차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오랜만의 귀가였다. 그렇게 며칠을 쉬다 오늘 낮에 서울에 돌아왔다. 지리한 장마 기운에 마르지 않았던 빨래를 새로하고, 집에서 챙겨온 이런저런 물건들을 정리하고, 그리고 대충 끼니를 때우고, 그러고 나니 벌써 해는 저물어 있었다. 집에서 며칠 쉬다 서울에 돌아오면 항상 알 수 없는 의욕에 충만할 수 있었는데, 저문 해를 보면서 그 어떤 의욕도 느끼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괜히 내 삶의 많은 부분을 강탈해버린 선생님을 원망해 본다. 괜히 갑작스레 미국으로 떠나버린 김준도 원망해 본다. 그리고 또 괜히 유약한 내 자신을 원망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적막하고, 어떤 의욕도 느끼지 못한 채 나는 널부러져 있다. 어차피 내일이면 또 바빠질텐데, 느긋한 소리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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